베스트셀러 <프레임> 서평, 독후감, 리뷰
똑같은 초콜릿인데, “이번에 먹을”이라는 말과 “마지막”이라는 말 중 어떤 표현이 더 맛있게 느껴질까요?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에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두 초콜릿은 완전히 같았지만, 단지 표현 방식만 바꿨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은 사람들의 인식에 특정한 틀, 즉 프레임을 씌웠고, 그 결과 감정적 반응까지 달라졌습니다.
▤ 목차
프레임이란?
그렇다면 ‘프레임’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저자는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라고 정의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가 세상을 바로보는 관점, 판단 기준, 행동 패턴의 바탕이 되는 심리적 틀 혹은 기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프레임 사례
프레임이 우리 일상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어떤 프레임 속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느끼면서도 그 틀 안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다섯 가지 사례는, 프레임이 얼마나 은밀하게 우리의 사고를 조종하는지 보여줍니다.
프레임은 정의다.
직업을 '커리어'라고 규정하는 사람보다 '소명'이라고 규정하는 사람이 훨씬 성과가 좋을 뿐 아니라 행복감도 강하게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초콜릿 맛을 평하가는 실험에서 '이번에 먹을' 초콜릿이라고 안내 받은 참가자보다 '마지막' 초콜릿이라고 안내 받은 참가자가 더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두 초콜릿은 같은 초콜릿이었지만 '이번에 먹을'이라는 표현이 다음 초콜릿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정의라면, '마지막'이라는 정의는 이제 맛볼 수 있는 초콜릿이 없다는 의미이기에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 것입니다. 이처럼 정의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심리적 축이 됩니다.
프레임은 단어다.
-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연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연설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같은 것을 묻는 질문에 '금지'는 매우 강한 단어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금지까지야'라는 반응을 불러 일으켜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렇듯 단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닙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정치에서는 이러한 언어 선택이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프레임 전략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프레임은 은유다.
어떤 기업은 회사를 '가족'에 비유하고, 어떤 기업은 '실험실'에 비유합니다. '가족'이라고 비유한 회사는 관계가 중시되고, '실험실'로 비유한 회사는 모험과 창의성이 중시됩니다. 이렇게 은유는 현실을 바라보는 감정적 방식을 결정합니다.
프레임은 순서다.
찬밥 한 그릇은 며칠 굶은 사람에게 꿀맛이지만 늘 따듯한 밥을 먹어왔던 사람에게는 실망일 것입니다. 같은 찬밥 한 그릇도, 무엇을 먼저 경험했느냐에 따라 감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순서 프레임’이 주는 인식의 차이입니다.
TV가 프레임이다.
현대인의 프레임은 매체에 의해 구성됩니다. TV, SNS, 유튜브는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인식의 방향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구강청정제는 원래 치료용 의약품이었습니다. 그러나 광고를 통해 입 냄새를 인간관계의 치명적인 장애물로 프레이밍했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이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프레임이 새로운 소비를 만든 사례입니다.
합리적이라는 착각
이처럼 새로운 프레임을 설계하거나 단순히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을 정반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또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따르고,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감정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혹은 나 자신의 프레임을 통해 왜곡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자유롭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말합니다. '우리는 이미 짜인 프레임 안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며 살아간다.'라고. 더 놀라운 것은, 이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을 뒤집으면 전혀 다른 가능성이 열립니다. 내가 어떤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자각하고, 더 건강한 프레임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더 나은 인식과 판단, 그리고 행동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프레임 재설계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지혜로운 사람의 11가지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11가지 프레임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고 했습니다. 닫힌 태도는 불안을 낳고, 열린 태도는 가능성을 낳습니다.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현재를 미래를 위한 준비, 희생해야 하는 시간으로 여기지 말고, 지금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져라.
소유가 목적인 소비보다 경험이 목적인 소비를 추구하라 했습니다.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삶의 질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관계가 풍성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마무리
우리 모두는 프레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프레임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프레임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나 자신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가? 내 잠재력을 제한하는 좁은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부정적인 단어와 관점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물음은 단순한 자기 점검이 아닙니다. 더 나은 인식과 선택을 위한,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자기 인식을 높였다면, 이제는 프레임을 갈아 끼울 차례입니다. 낡고 왜곡된 프레임을 벗겨내고, 삶을 더 유연하고 선명하게 비춰줄 새로운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인식과 판단, 행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프레임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입니다. 이처럼 설명하기 까다로운 개념을, 저자는 일상의 언어와 풍부한 사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프레임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나 추측, 개인적인 의견을 배제하며, 대중서지만 학술서의 격을 지키고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그 바람을 충실히 실현해낸 것 같습니다. 대중성과 학문성의 균형을 이뤄낸, 독자 친화적인 심리학 입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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