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위기의 역사 - 오건영> 서평, 독후감, 리뷰
자산(주식, 부동산) 하락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돕는 책.
1997~1998년 외환위기, 2000~2002년 닷컴 버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발 인플레이션 위기까지 세계 그리고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위기의 원인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
▤ 목차
경제 확장과 위축 (현대 자본주의 이념과 딜레마)
산업혁명 이후 현대 사회에 뿌리내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매년 경제 규모가 반드시 커져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GDP, 전 년비 대비, 전 분기 대비 몇 퍼센트의 상회 혹은 하회와 같은 분석 데이터가 이 질서를 지탱하는 근거이죠. 이에 따라 전 세계는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 기업, 개인적 차원에서 경제 규모를 키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확장과 위축을 반복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우상향 하는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 확장과 위축의 원인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확장과 위축의 반복인데요. 지속적인 성장만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한 성장은 경제 규모를 지나치게 스케일 업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죠. 이를테면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간의 괴리, 탐욕에 따른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자산 안정성이 무너진다거나, 또는 과도한 소비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등 지나친 성장도 건강한 경제라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이 아니라 성장과 역성장, 확장과 위축을 반복하며,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 특징이죠.
완만한 성장과 완만한 역성장이 지속되며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이 가장 바람직한데요. 그러나 탐욕과 욕망이 지배하는 인간의 본성과 자본주의 시스템 속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역사적으로 성장기와 침체기는 대부분 그 기울기가 매우 가파르게 나타났는데요. 확장, 성장기에는 과도한 탐욕으로 경제 규모가 빠르게 팽창했지만, 결국 한계점에 도달한 뒤 경제는 빠르게 수축되고 말죠.
그리고 붕괴
물론, 완만한 성장, 침체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은 글로벌 경제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거나,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규모를 급격히 확장시키는 거대한 사건들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여러 차례의 자산 버블과 그에 따른 붕괴가 반복되었지만, 1990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보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0~2002년 닷컴 버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발 인플레이션 위기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주식, 부동산 하락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법
여러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학자들마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조금씩은 다른 경우가 많죠. 경제, 금융 시스템이 복잡계이기 때문인데요.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나 다양하며, 이 요인들이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역사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위기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이 반복됨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대응력을 키워나갈 수 있죠.
이 책은 그러한 거시적 관점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앞서 언급한 1990년 이후 대표적인 위기들-아시아 외환위기,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요. 금융, 경제 시스템에서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마주하게 될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죠. 역사를 통해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패턴
모든 위기가 같은 패턴으로 촉발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패턴이 지속되는 듯합니다.
규제 완화 → 유동성 확대 → 시장 탐욕과 거품 → 촉발 사건 → 붕괴 → 정부 개입
정부의 규제 완화로 투자 심리가 활성화되고, 여기에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더해지면서 시장은 본격적인 랠리를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시장의 탐욕이 거품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거품이 심해지면서 조금씩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의 간극이 벌어지고,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의 실적, 고점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유동성의 점진적 감소 등으로 위기의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죠. 결정적으로 신흥국의 외환위기, 기업 실전 부진, 금리 인상 그리고 기업이나 금융 기관의 파산 등과 같은 촉발 사건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팽창했던 경제는 빠르게 쪼그라들기 시작하는데요. 과하게 쪼그라든 경제는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며, '신용 경색', 시장에 원활하게 돈이 돌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서게 되죠.
이처럼 대부분의 경제 위기는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기 때문에 현재 시장은 어느 국면을 지나고 있는지 나름의 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측이 아닌 대응이 답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역사적 패턴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과거 데이터를 통해 큰 틀에서 특정한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지, 미래도 반드시 과거 패턴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한 '예측'이 가능한 사건은 본질적으로 '위기'라고 말할 수 없죠.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에 시스템에 충격을 가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위기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렇기에 큰 충격으로 작용하죠. 이를테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1년 9・11 테러처럼, 세계 금융과 경제 시스템을 뒤흔들었던 사건들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형태로 갑작스럽게 찾아오기에 진정한 위기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많은 신흥국들의 자본 시장 개방으로 국제 자본 복잡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왔고, 2001년 9・11 테러 역시 전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었기에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으로 작용했는데요. 이처럼 '위기'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죠.
따라서 과거 패턴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은 '사사적 오류'에서 비롯된 인지 편향입니다. 과거 사건으로 일관된 서사를 만들고, 미래 역시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인데요. 물론 과거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오판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측'을 기반으로 모든 위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승장에서는 자산 증식을 즐기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위기의 역사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후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무리
정리하자면,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서 미래가 반드시 역사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역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위기를 감지하는 안테나를 세우고, 위기가 닥쳤을 때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불확실성에 적응해 나갈 수 있죠.
물론 큰 충격을 완전히 회피하거나 손실을 전혀 입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다양한 경제, 금융 위기 역사를 공부한다면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1990년 이후 대표적인 경제 위기인 1997~1998년 외환위기, 2000~2002년 닷컴 버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발 인플레이션 위기에 대해 분석한 이 책은 투자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정보와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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